바람이 많이 부는 일요일, 서평.
"조정래, 정글만리 1~3"
1.
조정래 정도의 작가 - 자기 작품의 이름으로 된 '문학관'이 있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기도 하고- 가 지금까지도 현재의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일단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다만, 책 전반적인 내용은 흥미로운 점이 많았음에도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가 어려웠다. 조정래가 비즈니스라는 소재로 소설을 처음 썼던 2010년의 '허수아비 춤'이라는 소설이 오히려 좀 더 현실적이고 재미있었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배경 때문만은 아닐 듯 싶다.) 적어도 그 책은 날카로움이 좀 있었다.
2.
중국.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주 특수한 나라. 이 중국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그 비즈니스 속의 한국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존하고 있는지를 그리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할까'를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좀 자충수가 있다. 한국인이 중국에 가지고 있는 (혹은 모르고 있는) 편견과 달리 그들의 본모습은 이런 것이다, 라는 내용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데 이 내용들 모두가 '20세기의 한국인의 시각'으로 21세기의 중국을 읽어내려 한 느낌이다.
3.
몇몇의 등장인물이 겪게 되는 사건들과 변화들도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좀 있다. (여러 한국인과 얽혀있는 꽌시가 갑작스레 도주를 하고, 중국계 미국인으로 등장하는 젊은 회장 역시 갑작스레 계획부도를 내고.. 등등) 무엇보다, 한국인과 한국인은 연대의 관계로, 이들과 관계있는 중국인들은 아슬아슬하고도 의뭉스러운 협력관계로,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본인들은 (직접 마주하진 않지만) 교활한 성격을 가진 경쟁 관계의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구도는 다분히 '한국적 시각'에 가깝다. 딴 건 모르겠어도, 비즈니스에 몸담은 한국인들이 중국이란 타국에서 손에 손잡기가 그리 쉬울까.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적 비즈니스가 그렇게 온순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중국은 과연 한국의 친구인가 적인가, 를 묻고자 했다는데.. 지금의 중국이 한국을 그러한 고민의 대상으로 여겨 줄 것인가에도 의문이 좀 있다. 중국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여기저기서 짚어주고 있는 지점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지금의 중국에 대해 또다른 선입견을 낳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제주도에서 땅은 중국인이 사고, 건물은 일본인이 올리고, 세들어 사는 건 한국인이다, 라는 말이 요즘 꽤 언급된다. 정글이 멀리에만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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