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2013/08/19] 살인자의 기억법

The uprooted 2014. 10. 5. 12:22

오늘은 쉬어야지 싶었지만 내일되면 까먹을까봐 적는 서평.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1.
김영하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호출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오래 전이고 다른 소설은 생각해내자니 기억이 안 난다. 김영하의 소설은 더이상 찾아보진 않을 것 같다고 여기에 적었던 것만 기억난다. 사실 여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2.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을 때, 작가는 희열을 느꼈을 것 같다. 장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짧은 (혹은 짧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잘 (어쩌면 처음으로) 시도되지 않은 방법을 구사했다. 모든 음악이 등장했다고 선언되어도 좋은 음악이나 새로운 음악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글도 소설도 그런 듯 싶다. 옛날만큼의 감정은 아니다, 라는 것도 비슷한 것 같지만.

3.
출판 시장이 망했다고 하는데 종로의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렸을 때 만났던 풍경을 보고 책이 가지는 특유의 성질은 아직 꽤 오래가겠단 생각을 다시 했다. 이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음악과는 좀 다르다. 씨디를 구입하던 이들은 스트리밍을 구매하거나 혹은 무료 음원을 찾아 헤매지만 책을 보던 이들은 여전히 책을 찾는다. 예전처럼 100만권이 팔리는 책은 드물지만 올해만해도 50만권 이상 팔린 책이 등장했다. 동네서점이 어려워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건 출판 불황과는 다른 이슈다. 읽히지 못하고 사장되는 책이 많아졌다지만 책 같지 않은 책들이 과도하게 판치는 이유도 있다.

4.
서평을 적겠다고 해 놓고 책 내용은 없다. 그럼 이건 서평일까 아닐까. 김영하는 사람을 좀 몽롱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나는 늘 김영하와 정이현을 세트로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정이현의 책은 나오지 않나, 궁금해졌다. 이래놓고 찾아보지는 않겠지만.

5.
제목은 살인자의 기억법이고 책 내용을 모두 담은 괜찮은 작명이지만, 이 책에서 기억은 주제라기보단 책의 형식은 정의한 플롯에 가깝다. 김영하가 농담을 던지는 방식은 때로 당황스럽지만 사실 삶이 그런 농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당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무거운 것을 이리도 쉽게 툭툭 잽으로 쳐댈 정도는 되기 때문에 글로 먹고 살 수 있구나, 싶은 좌절감도 좀 있다.

결론 : 이 책 직전엔 (여전히 기억이 안 난다.) 김영하가 드디어 이름으로 책 파는 구나, 싶었는데 이 정도면 이름으로 팔아도 되겠구나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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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기 위해 적는 걸까 적기 위해 읽는 걸까. 후자에 가깝다.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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