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2014/04/06] 걷기 예찬

The uprooted 2014. 10. 5. 12:53

주말 내내, 아주 다른 성격의 책 두 권을 읽었다. 그 첫번째. 

"David Le Breton, 걷기 예찬"

1.
'걷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사전적으로는 두 다리를 교차하여 움직임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이동의 수단' 으로서의 정의다. '걷는다.'는 건, 속도에 저항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사유하기 위한 '아주 개인화 된' 시간과 공간을 (그리고 그 만큼의 여유를) 전제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2.
걷는 걸 참 좋아했었다. 가장 많은 기억은 스무살에 남아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땐 충무로에서 서울역 거쳐 서대문까지 하루에 12시간을 걸어본 적도 있고, 자정 무렵 잠실에서 2호선 역들따라 기숙사까지 걸어보기도 하고, 스무살 생일 혼자 새벽 기차타고 지리산으로 떠나 능선따라 3박 4일 내내 걸었던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여름에 서해에서 동해까지 10일 동안 걸어가보겠다던 야심찬 계획도 있었다. 11년이 흘렀다. 이제 그런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3.
걸으며 생각하는 걸 참 좋아했었다. 중학교 시절 한참 힘들 땐 집에서 한참 떨어진 정류장에 내린 뒤 깜깜한 논두렁을 걸어 집까지 가는게 낙이고 위안이었다. 마지막으로 좀 걸어본 기억은, 2009년 여름 혼자 떠났던 10일 간의 남도여행이다. 길고 길었던 대학시절이 드디어 끝이 났다는 생각과, 군대로 떠나보낸 이들이 모두 돌아왔는데 나는 이제서야 군대를 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겹쳐있던 여행이었다. 다행과 불행이, 안도와 한숨이 그렇게 겹쳐있었다. 5년이 흘렀다. 이제 그런 걷기는 없다.

4.
지금 사는 곳이 마음에 들었던 가장 첫번째 이유는, 출근과 퇴근을 위해 걸었던 넓고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길 때문이었다. 70만원짜리 중고차가 생겼다. 셔틀타러 걸어가던 그 넓은 길은, 마주오는 차가 비켜 서지 않으면 곧잘 짜증이 나는 길이 되었다. 이제 나는 걷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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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책은, '0과 1로 세상을 바꾼 구글, 그 모든 이야기'였다.

쓰는 순서를 잘못 정한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자라난 이들의 이야기와 세상에서 제일 느리게 할 수 있는 일을 연달아 보고 나니 이도 저도 아닌게 얼마나 비참한 건지 새삼 알게 되었다.


걷기예찬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2-01-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걷기 예찬은 오래 전부터 몸의 문제에 깊은 깊은 관심을 기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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