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2014/10/25] 여자 없는 남자들

The uprooted 2014. 10. 25. 16:07
오랜만의 주말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1.
서평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상당 부분 책에 대한 평가, 와는 약간 거리가 있기도 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일을 왜 서평이라고 이름 붙였는지도 생각해봤다. 서평이 아닌 다른 단어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독후감, 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어울릴 만한 글쓰기를 하면서도 그 단어를 쓰지 않은 건 서른 하나 직장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다지 있어 보이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짧은 문장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글은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기 마련인데, 단편소설 속의 하루키 글의 경우는 오히려 정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의외로 담담해지는데 짧은 길이의 소설이라 그런지 수필 같은 느낌을 준다. 기승전결, 극적인 갈등과 해소를 담고 있지 않아서 혹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3.
성과 죽음. 모든, 이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읽었던 그의 소설에서는 둘 중 하나 혹은 둘 모두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사람은 성에서 시작해 성으로 인한 인생을 살다가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라는 것이 그가 가진 삶의 정의일 수도 있겠다. ('드라이브 마이 카' 라는 소설에서 "사는 것 자체가 명줄을 줄이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실린 소설들 중엔 실제로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각색한 것 아닐까 싶은 내용들도 있다. ('사랑하는 잠자'라는 소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일부러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진실의 유무는 모르기 때문에 상관 없어진다. 사실이라 해도 그게 사실인지는 작가밖에 모르고, 사실이 아니라해도 그것 역시 작가밖에 모른다. 작가라는 존재는, 이런 부분에 희열을 느껴서 글을 쓰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4.
읽는 것과 쓰는 것. 읽는 것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다. 알고 배우려고, 혹은 재미를 느끼려고, 또는 생각하려고. 쓰는 것의 목적도 여러가지가 있다. 읽은 것을 되새기려고, 혹은 김영하식 표현대로 무언가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려고. 내 경우는, 쓰기 위해 읽는 것에 가깝다. 서른이 되면 읽고 쓰는 것을 꾸준히 하겠단 다짐을 스물 아홉 가을에 했다. 서른 둘 이후에는, 한 번에 써내려가는 글 말고, 생각하기에도, 쓰기에도, 읽기에도 오래 걸리는 그런 글들을 쓰고 싶어졌다.

아래는 가장 인상 깊던 문구.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술꾼이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뭔가를 보태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자신에게서 뭔가를 지우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설령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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