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14/11/16] 당신이 모르는 제주, 다섯번째 - 방선문

The uprooted 2014. 11. 16. 15:23
1. 대략적인 이야기

방선문. 신선을 맞이하는 문 혹은 신선이 찾아오는 문이라는 뜻인데 이건 육지에서 찾아온 제주 목사들이나 유학자가 붙였을 이름이고, 제주 사람들은 들렁귀(구멍난, 둘러진 엉덕-엉 또는 엉덕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거대한 바위의 밑부분이 떨어져 나가 깊지 않은 동굴과 비슷한 형상을 이룬 지형을 뜻한다.)라 불렀다고 한다. 그 밖에도, 환선대, 우선대, 등영구 등으로 불렸다. (모두 신선과 관련되거나 한라산으로 오르는 입구 등의 뜻이다.) 제주 목사들은 물론 유배자들도 이곳에 여러 마애명(돌에 새긴 글들)을 남겼는데, 면암 최익현의 유배길의 시작이기도 하고, 판소리 배비장전의 무대이기도 한 곳이다.

2. 백록담 유래의 시작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복날이 되면 선녀들이 한라산에 내려와 목욕을 하곤 했는데 그럴 땐 한라산 산신은 이곳 방선문을 지나 인간세계로 나와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처(?) 방선문을 지나지 못한 산신이 선녀들의 목욕을 훔쳐보게 되었고, 이에 화가 난 옥황상제는 그를 하얀 사슴으로 만들어버린다. (생각해보면 괴물도 아니고 하얀 사슴이라니...) 여튼, 그 하얀 사슴이 한라산 정상에 올라 슬피우니 그곳 이름이 백록담, 이 되었다고 한다.

3. 신과 인간세계의 경계, 지금은 출입금지

방선문을 지나 신선의 세계(혹은 사후세계)를 맛보고자 했으나 바위의 균열이 심해 현재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걸 오늘 가고 나서야 알았다. 미리 한 번 가볼 걸.) 아래는 멀리서 찍은 방선문 입구. (빛이 비추어진 구멍이 방선문인데, 실제로는 훨씬 커 보인다.)


아래는 (역시나 멀리서 찍은), 방선문을 통과한 세계.



4. 마애명 중 하나

여러 개의 마애명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글 하나. 연대 미상의 글로 바로 옆에 골프장이 위치해있는 (더구나 지금은 계곡물도 마르고 위험해서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방선문의 처지나, 요즘의 제주의 모습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싶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아닐.. 수도 있다.)

신선 사는 섬과 바다를 좇아 물은 흐르고,
물 내려다주는 산 마주해 문은 열려있네.
신선은 떠나고 꽃과 돌만 남았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어찌 몇 번을 찾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