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2015/06/30] 히다리 포목점

The uprooted 2015. 7. 1. 00:23

상반기 마지막 서평.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히다리 포목점"

1.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단편 소설 두 작품. 요즘 시대의 시각으로 보면, '루저.외톨이.상처뿐인 머저리' 정도로 평가될 이들이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어릴 적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를 좋아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꽃무늬 스커트를 그 재봉틀로 직접 만들어 입고자 하는 남자. 그 남자의 재봉틀 소리를 통해 비오는 날 찾아오는 두통을 이겨내고 잠에 들기 시작한 소녀. 범상치 않은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동등한 존재이자 '상대'로 대하는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포목점 주인. 그 고양이와 포목점 주인을 만나 고양이를 '상대'하기 시작한, 고양이처럼 잠이 많고 고양이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 서로 다른 크기의 귀를 가졌던 이유로 스스로가 균형이 없는 인간이란 컴플렉스를 가진 채 귀를 집요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던, 그 이유 때문인지 누구보다 귀를 잘 파는 소질을 찾게 된 이비인후과 의사. 어느 하나 무난한 캐릭터가 없다.

2.
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일상은, 오히려 너무 소소하다 싶은 짧은 문장으로 묘사된다. 일본소설에서 느껴지는 묘한 담백함이 있다. 쓰고보니, 어쩌면 일본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오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무튼, 소설이 아니면 다루지 못할 소재를 수필같은 문체로 툭툭 적어내려간 짧막한 글들이 꽤 매력있다. 주인공들이 가진 일종의 결핍과 서로의 결핍을 공유하게 되면서 느끼는 위안, 위로 같은 감정들도 무겁지 않게 다뤄지면서 독자 역시 그와 유사한 감정을 갖게 한다.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이 가진 특유의 결핍을 소소하고 담백한 문체로-글로- 공유하게 되면서 오는 그 묘한 위로. 그런게 있었다.

3.
허구의 이야기를 수필같은 느낌으로 적어낼 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편안함을 준다. 물론,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과 사건의 전개가 잔잔하게 진행되면 그만큼 긴장감과 몰입도가 낮아지기도 하겠지만... 이런 소설이 갖는 매력이 무엇인지 오랜만에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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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의 서평들은, 좀더 길고 깊게 적어버릇해야겠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긴 아무래도 글렀으니, 그냥 먹고 살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