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 서평.
"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1.
얼마 전 이동진의 빨간 책방 공개녹음을 들으러 갔는데, 그 때의 책이 이 피에로들의 집이었다. 이 날, 이동진과 함께 녹음을 하는 김중혁 작가가 김연수 작가와 오랜 고향 친구라는 것도, 그가 김유정문학상 2회 수상자라는 것도, 그리고 그 직전의 1회 수상자가 이 윤대녕 작가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2.
단어 하나하나를 눈으로 눌러 읽게 하는 글이 있고, 스치듯 읽으면서 느낌을 연상시키게 하는 글이 있다. 이 책은 전자에 가깝다.
3.
소설의 오랜 문법도 그렇고 현실 속에서도,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치유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설의 문법에선 이것이 하나의 서사로 작용한다. 작가는 그 서사에 충실한 태도를 지니고 글을 이어가고 있다.
4.
절이나 고궁보다 성북동을 조금 더 수채화처럼 그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살아내지 않은 공간을 텍스트만으로 독자의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게 하는 작가는 역시 많지 않다. (작년 가을에 읽은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은 그에 좀더 가까웠다.)
5.
도시 난민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함께 있지만, 난민이란 느낌보단 각자의 삶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다룬 것이 맞다고 본다. 또, 작가가 글을 쓸 당시의 사건들을 너무 많이 담으려 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금 덜 욕심을 부려도 되었지 않나 싶기도 하고.
6.
그럼에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어렵지 않게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작가이고 소설에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현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싶은 느낌을 주는 글이다. 공개녹음 때 본 작가의 모습은 좀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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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등장하는 경전선을 타본 적이 있다. 군대 입대 전 10일 간의 남도 여행 중간에 탔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렇게 다시 떠올리게 될 줄 몰랐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기차는 (아마도) 이것이 유일할 것이다. 조금 찾아보니 그 사이 폐역이 몇 개 생겼고, 무궁화호가 없어졌다는 것 같다. 떠올리고 살지 않는 그 시간 동안에 많은 것들이 이렇게 계속 변해간다.
...
그런 것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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