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루종일 내리더니, 다시 추워졌다.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0.
짧은 문장. 일기같은 문체. 그리고 어딘가 실제로 있을 법하다고 느끼게 하는 공간 묘사와 인물들.
1.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한국의 시골 어딘가를 두고 한국 작가가 썼다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만한 내용이었다. 시점은 3인칭이지만, 주인공이 몇몇 소재를 두고 직접 써내려간 일기를 몇 편 읽은 느낌을 받았다.
2.
누군가에겐 태어난 곳이 고향이고, 어떤 이에겐 자라난 곳이 고향이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태어나 자라난 곳.') 시골이 고향인 사람도 있고, 도시가 고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고향이라고 표현하면 아무래도 시골이 더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왜일까. 내가 지방에서 태어나서 그럴 수도 있고, 지방 중에서도 중소도시에서 태어나 그랬을 수도 있고, 중소도시에서 태어났지만 그 도시 부근의 시골 풍경 역시 익숙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 시골인 고향보다 도시인 고향인 더 익숙한 세대가 더 늘어날텐데 그 때도 ‘고향’이라는 표현은 살아남을까. (어쩌면, 고향 대신 ’출신’이라는 표현이 더 증가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3.
50대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이 소설에서도 여러 갈등(?)들이 등장하지만, 그마저도 소소하고 심지어 아늑한 느낌까지 주는데 주인공의 나이, 그리고 홋카이도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50대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나이의 삶과 그 나이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오늘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고 즐겁게 사진을 찍던 그 나이대의 많은 분들을 보고 와서 더 그랬는지, 집에 돌아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나이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15년 정도… 지난 시점에 나에게도 도래할 그 나이. 가끔씩 스무살의 내 나이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50대가 된 나도 지금의 나이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
갑자기 작년 여름쯤 오키나와에 갔을 때, 시골 도로 한 편에서 들렀던 고기 국수집이 생각이 났다. 수동 카메라를 들고 괜히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