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0.
지난 주말 양재천 벤치에 앉아 읽었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1.
지금 이전과는 어떤 순간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쓴다. 고작 10일 전만 해도 숨이 턱을 지나 머리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는데, 이번 주엔 또 뭘 더 해볼까 싶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 도무지 정상이 아닌 건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과도하게 달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꾸 늦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정작 난 서른 넷의 시간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도 거의 쉬지않고 달리고 있는 건데.
2.
원영이 형이 전에 글에서 그렇게 썼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그 때 거기서 드러눕는 것도 괜찮다고. 요즘은 그 말을 마치 잠언처럼, 하루에 세 번쯤 생각한다. 두번쯤 드러눕고 싶고 한번쯤 괜찮아하며 산다.
3.
이 책의 번역가, 이창실의 글.
"그러나 이 세계는 평화로운 일상의 세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바깥세상은 전쟁과 폭력이 만연해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그의 작업장에는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의 근사한 장서가 도착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나치 문학뿐 아니라 사회주의 논리에 반하는 금서들이 파괴된다. 그 와중에도 한탸는 어떤 단어나 문장의 아름다움에 끌려, 야만적인 사회에서 삶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에 담담히 맞선다. 그러나 한탸가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를 대면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햔타는 현대적 시설을 갖춘 폐지 처리장을 방문해, 거기서 거대한 새 기계와 비인간적인 컨베이어 작업을 목격한다. 여행과 여가활동을 꿈꾸는, 유니폼을 입은 쾌활한 노동자들에게서 그는 규격화된 개인주의적 문명의 타락상을 본다. 결국 한탸는 현대화된 작업 방식에 밀려나 잉크와 얼룩을 버리고 새로운 작업장에서 백지를 꾸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제까지는 일을 사랑함으로써 불가피한 파괴 작업에 나름대로 저항해왔지만 더는 자신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된다. 마침내 그는 책들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4.
어차피 할 거라면, 잘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근데 잘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그게 무엇이든.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시점이 오면, 아무래도 지금보단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전까진 잘하고 싶다. 이젠 그만해도 괜찮다고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이젠 더하지 않아도 충분했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똑똑해지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 이 모순 덩어리 같은 생각을 갖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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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엔 아이유의 가을 아침과 양희은의 가을 아침을 번갈아가며 듣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힘내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그래도 곧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