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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13/05/03] 내 젋은 날의 숲

서평이라기 보다는 작가평에 가깝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1.
김훈은 기자 '출신'이다. 그 꼬리표는 그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굴레가 되기도 한 것 같다. 로쟈 이현우는 소설가로서의 그의 소설가로서의 글에 대해 후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그의 말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나도 김훈의 소설을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다. 이 책도 절반정도 본 상태에서 쓰고 있다. 

2.
나는 칼의 노래 말고는 그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반면 산문은 꽤 읽은 편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전거 여행이 아니라 밥벌이의 지겨움이다. 적어도 그 당시엔 그 정도의 솔직함(뻔뻔함?)을 표현한 글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고상한 척 하지 않으려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작품보다 작가의 이름에 힘이 실리는 것은 독일까 약일까. 

3. 
밥벌이, 라는 표현을 사실 두고두고 써먹었다. 나에겐 그것이 변명이 되기도 했고 솔직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회사 면접에서 진짜 꿈은 무엇이냐 물었던 면접관에게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럼 작가가 되지 왜 포기하고 이 회사를 오려고 하느냐는 물음에 당장 작가가 되기엔 능력이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닐 뿐이지 한번도 포기하거나 접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밥벌이를 하고 있다. 꿈은, 모르겠다.)

4.
여튼 다시 돌아와서, 김훈의 짧은 호흡과 문장은 소설이든 산문이든 매력적이다. 수사의 어색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굳이 그걸 숨기려하지 않는 것도, 그다운 뻔뻔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가 소설보다 산문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일단 이 책 서평은 다 보고 다시 써야지.


자 이제 다 읽었으니 진짜 서평

1. 
좋은 소설이다. 커피를 마시러가지 않고 집에서 읽었고, 크게 멈추지 않고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고, 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읽는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이 세 가지 일은 자주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다.

2.
내/젊은/날의/숲, 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담아냈다. 남성성에 대한 자의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혹은 자부심과는 좀 다른, 그러나 가끔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의) 그가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무얼까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 반대였다면 어머니 빼고는 극중 인물이 모두 등장할 수 없었을 것 같다. 

3.
인간. 밥벌이. 생존. 관계. 가족. 나무. 그림. 숲. 그리고 이들을 엮어낸 화려하지만 건조한 수사와 짧은 호흡의 문장.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금 알게 되었다. 김훈은 인간과 삶을 이야기할 때는 차갑고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그를 변주하는 이외의 것들에는 따뜻하고 화려하고 그러나 감내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오버액션이 있다.

4.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또는 겪어낸 사실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는 것을 깨닫고나니 역시나 그가 사실성에 강한 방점을 둔다는 것과 함께 나도 꽤 사실적으로 살아왔다, 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5.
먹먹해진다. 그의 소설을 일부러 찾아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계속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담배 사러 가자.


내 젊은 날의 숲

저자
김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쟁쟁쟁... 김훈의 손끝에서 꽃이 열리고 숲이 열리고 사람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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