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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14/10/03] 모바일 인사이트

간만의 긴 출장이 끝나고, 늘어지게 자다가 읽고 적는 서평.

"모바일마케팅연구소, 모바일 인사이트"

1.
괜찮은 책이다. 사실 이 쪽 업계의 책은 1년, 아니 1분기 정도만 시기 차이가 나도 쓸모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비스 측면에 치중해 추측과 바람으로 가득찬 책들이 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래도 꽤 최근(올해 7월)에 나왔고 통계나 조사에 근거해서 대부분의 글이 쓰여졌다. 모바일 시장, 광고 그와 함께 (모바일의 확장 영역인) 사물 인터넷까지 어렵지 않게 핵심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
IT 관련 책을 고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서비스보단 비즈니스나 기술과 관련된 책을 고르는 것이 낫다. 서비스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쓴 책들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를 예측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편이다. 기술과 관련된 책은 더더욱 그렇다. 

3.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모바일(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나 'Always on'이다. 이것에 이미 너무 익숙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아날로그적 감수성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이도 있다. 지난주 핸드폰이 고장나면서 5일 정도 세상과 '단절'되는 것에 가까운 경험을 했다. 약 5년 만에 공중전화를 써봤고, "몇 시 몇 분에 어디 앞에서 보자/내가 연락이 안 되니 내가 보일 때까지 꼭 거기에 있어야 한다."라는 말도 정말 오랜만에 해봤다. 사실 가장 크게 느껴진 경험은 사람들에게 여기가 어디쯤 되는지 (혹은 몇 시인지) 묻는 것도 아니었고, 버스노선도를 보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 예측해야 했던 것도 아니었다. 잠들기 직전,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잠들어야 했다는 것이 그랬다. 'Always on'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가끔 느끼고 싶은 혹은 좀 아쉽게 여겨지는 감정인데, 당장의 디지털은 현실적이다. 현실의 (상당한) 불편함이 아날로그 체험의 신선함을 이기는데 딱, 5일이 걸렸다. (주말이 없었으면 그나마도 더 단축되었을 것이다.)

4.
또 다른 이야기지만, 카카오톡의 압수수색 관련 기사가 며칠 전 등장했고 그로 인한 개인정보보호침해 이슈로 인해 해외 서비스를 써야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꽤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한메일 유료화, 속칭 '온라인 우표제' 사건이라는 것이 꽤 오래 전 있었다. (실제로는 개별 사용자가 아닌, 대량 메일 발송을 하는 기업에게 부과하려던 시도였고 지금과는 상상도 안 될 정도로 소식 전파가 늦던 시기였음에도 이는 다음이란 회사의 침체가 시작된 사건이기도 했다. 10년이 넘었음에도 지금도 한메일을 거부하는 사이트가 상당수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카카오톡의 로그가 일주일 넘게 보관되지 않기 때문에, 몇 달치의 대화내역이 넘어갔다는 사실은 오보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5.
그런 점에서 10월 1일 합병식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들에 구체적 대응없이 '오해가 있다. 어쩔 수없는 부분도 있다.'는 식으로 답변이 된 것은 아쉽다. 뒤늦게 로그 보관 기간을 2일 정도로 단축하겠다 했지만 더 적극적인 대응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사생활이 밝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본능적인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앱을 다시 까는 귀찮음도 있고 새로운 서비스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쓸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안심했다가는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당장 라인이, '우리는 무조건 하루치 로그만 보관하겠다. 하루가 넘어가서 확인되지 못한 메시지가 유실되어도, 핸드폰을 바꿔서 예전 정보가 날아가도,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서 확인이 필요한 로그를 확인할 수 없어도, 사용자의 신뢰와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라고 한다면? (역설적이지만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로그 보관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의 서버 유지 비용에도 도움이 된다.)

6.
간만에 IT 관련 책을 읽은 건데, 어째 적성은 진짜 이 쪽이 맞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4학년 1학기 수업 중엔, jsp프로그래밍 이런 수업보다 현대소설론 수업이 더 재밌는 게 사실이고... 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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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이제 가을이 왔다. 바다 밤바람이 상당히 차가워졌다.


모바일 인사이트

저자
모바일마케팅연구소 (엮음) 지음
출판사
행간 | 2014-07-0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누구나 필요성을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모바일과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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