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출근해서 쓰는 아침 서평.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1.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 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그의 소설들에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생각이다. 그가 실제로 세상을 가볍게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 문장 역시 가볍지 않다. 허무와 무의미, 그리고 웃음과 농담을 강조하는 건 그만큼 허무하고 싶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일 수 있다. 웃음과 농담 역시, 진지하지 말자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심각한 세상에 대해 심각하게 논평해봤자 심각한 당신만 남을 뿐이지 변하는 건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되겠어? 라는 작가의 물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2.
20대 초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을 읽고 왠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좀 있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 내 책장엔 '웃음과 망각의 책', '느림', '정체성', '향수', '소설의 기술'과 같은 책들이 꽂혀있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등장했었는지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의 기술은 소설이 아니니까 제외하고) 다만 대부분 읽고 난 뒤 약간 힘이 빠졌던 기억이 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약간의 허무와 냉소 그리고 성적인 어떤 것들에 쿨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것과 유사했을 것 같다.
3.
1~2페이지의 짧은 소제목의 글,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시각의 교차,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을 관통하는 소재들의 반복등장 등은 그가 (14년만의 장편소설이라 했지만 150페이지 남짓의) 이 짧은 소설의 구성을 쉽게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크게 울림을 주는 소설이란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무의미의 축제'.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4.
유행을 타고 싶어서인지 그냥 버릇인건지, 남들이 이리저리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아이고 의미없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좀 보인다. 내 생각엔, 그런 이들은 정작 의미가 있는 게 뭔지 모르거나 적어도 알려하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이들에 가깝다. 밀란 쿤데라 식의 무의미에 대한 강조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세상에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런 이들(혹은 생각들)에 대한 의미 부여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의미 없는지에 대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
2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침 하늘 아래 옥상에서 책을 보고, 커피 마시면서 서평을 썼다. 무의미는, 의미 부여에 대한 강박에서 시작할 수도 있겠다 싶다.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1.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 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그의 소설들에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생각이다. 그가 실제로 세상을 가볍게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 문장 역시 가볍지 않다. 허무와 무의미, 그리고 웃음과 농담을 강조하는 건 그만큼 허무하고 싶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일 수 있다. 웃음과 농담 역시, 진지하지 말자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심각한 세상에 대해 심각하게 논평해봤자 심각한 당신만 남을 뿐이지 변하는 건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되겠어? 라는 작가의 물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2.
20대 초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을 읽고 왠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좀 있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 내 책장엔 '웃음과 망각의 책', '느림', '정체성', '향수', '소설의 기술'과 같은 책들이 꽂혀있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등장했었는지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의 기술은 소설이 아니니까 제외하고) 다만 대부분 읽고 난 뒤 약간 힘이 빠졌던 기억이 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약간의 허무와 냉소 그리고 성적인 어떤 것들에 쿨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것과 유사했을 것 같다.
3.
1~2페이지의 짧은 소제목의 글,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시각의 교차,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을 관통하는 소재들의 반복등장 등은 그가 (14년만의 장편소설이라 했지만 150페이지 남짓의) 이 짧은 소설의 구성을 쉽게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크게 울림을 주는 소설이란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무의미의 축제'.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4.
유행을 타고 싶어서인지 그냥 버릇인건지, 남들이 이리저리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아이고 의미없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좀 보인다. 내 생각엔, 그런 이들은 정작 의미가 있는 게 뭔지 모르거나 적어도 알려하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이들에 가깝다. 밀란 쿤데라 식의 무의미에 대한 강조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세상에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런 이들(혹은 생각들)에 대한 의미 부여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의미 없는지에 대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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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침 하늘 아래 옥상에서 책을 보고, 커피 마시면서 서평을 썼다. 무의미는, 의미 부여에 대한 강박에서 시작할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