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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14/12/20] KBS 명작 스캔들 (2)

"기획 민승식/글 한지원, KBS 명작 스캔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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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이은 후반부 이야기. 드가, 페르메이르, 고흐 등의 화가 이야기와 함께 유재하의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 인상적이다.

1. 에드가 드가, 스타 / 오페라 극장의 대기실

유명한 화가들이 아니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운 좋게 그들의 그림을 직접 볼 기회가 꽤 있었다.

에드가 드가가 그 중 하나인데, 다른 그림들도 있었을 텐데 워낙 발레, 발레리나가 소재인 그림이 많아서 그것만 기억난다. 아래는 순서대로 스타, 오페라 극장의 대기실. 당대의 발레리나 그리고 그들의 스폰서가 등장하는 그림을 상당수 그렸다. 처음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발레리나들에 대한 연민이 많아 그랬나 싶었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여성혐오증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싫어했다.)


또 하나의 일화로는... 친구인 마네의 아내 초상을 그려준 적이 있는데, 조금의 가감도 없이 못생긴 그대로를 그려서 화가 난 마네가 그림을 찢어버릴 정도였다고.

2.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너무나도 유명한 이 그림.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이 있다. 모델이 된 사람이 딸 혹은 부인이라는 설이 있었는데 둘 다 나이가 맞지 않아서 결국 실제가 아닌 가공의 인물 즉, 트로니(얼굴이라는 뜻으로 환상 속에 존재하는 얼굴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01년, 미술 수집가 아르놀두스 안드리스 데스 톰베라는 사람이 이 그림을 헤이그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약 5천원(맞나?;;)에 구입하였고, 1년 뒤 마우리츠하위스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해외 반출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가 본 적이 있는데 미술관 자체도 멋진 곳이었다.

그 밖에... 그는 빛의 표현을 점으로 했다고 한다. 색의 혼탁을 피하고 선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물감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점을 찍듯이 그렸다.

아무튼, 네덜란드는 축복받은 나라다. (페르메이르, 램브란트, 고흐...)

아래는 비슷한 색채가 사용된 우유 따르는 여인과 페르메이르 그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델프트 풍경.


3.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생전에 단 하나의 그림만을 팔았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한 그림들이 많다. 동생 테오, 아를에서 함께 했던 고갱과의 이야기들과 자살로 이어졌던 그의 삶 모든 것이 명작 스캔들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그의 마지막 작품, 즉 유서로 여겨졌었는데 실제로는 다른 마지막 작품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림 속 두 갈래 길을 통해 자신은 죽음으로 동생 부부는 삶 속으로 가길 바랐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추정되는데 헌신적이었던 그의 동생 테오 역시 고흐가 자살한 뒤 곧 생을 마감하게 된다.

두번째는 그의 다른 유명한 그림들과 달리 밝은 색감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감자 먹는 사람들. 감자 농사를 짓는 이들과 그걸 먹는 사람들의 손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너무 유명한 그림이 많지만, 아래는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리고 밤의 카페 테라스. 특히 밤의 카페 테라스는 이번 가을에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있는 걸 직접 볼 수 있었다.


4.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100대 명반 '2위'로 꼽히는 유재하 1집 (1위는 들국화 1집). 천재는 요절한다는 명제가 맞는 것인지 요절이 천재를 더욱더 천재를 만드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1987년 8월, 우여곡절 끝에 1집을 내 놓은 그는 3개월 뒤인 11월 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정확히는 그의 이름을 딴 음악제를 통해) 세상에 등장한 음악가들이 상당수 많다. 1회 조규찬부터, 유희열, 심현보, 이한철, 루시드폴, 방시혁, 김연우, 정지찬, 재주소년, 스윗소로우, 노리플라이, 옥상달빛의 박세진 등등.

대학시절 조용필에게 곡을 주어 그의 7집에 실린 사랑하기 때문에 (원곡의 제목은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는 유재하 사후에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대한민국 가요사를 엄청나게 바꿔 놓은 그인데 데뷔 시에는 음정이 불안하고 친숙하지 않은 멜로디라는 이유로 심의 통과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클래식을 가요에 최초로 활용한 그의 음악은 다소 생소하고, 노래 역시 요즘의 기교 충만한 가수들에 비해선 좀 투박하기 그지 없다. (또한 그는 스타일 좋은 미남 가수도 아니었다.)

앨범 수록곡 전곡을 다 좋아하지만, 어릴 때와 달리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지난날. 2달 전 서울에 올라와 LP 틀어주는 곳에서 LP버전을 처음 들어봤는데, 감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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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옛 일 모두 기쁨이라고 하면서도
아픈 기억 찾아 헤매이는 건 왜 일까
가슴 깊이 남은 건 때늦은 후회
덧없는 듯 쓴웃음으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네

예전처럼 돌이킬 순 없다고 하면서도
문득 문득 흐뭇함에 젖는 건 왜 일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 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 날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하루하루 더욱 새로웁게 그대와 나의 지난 날

언제 어디 누가 이유라는 탓하면 뭘 해
잘했었건 못했었건 간에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날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하루하루 더욱 새로웁게 그대와 나의 지난 날

생각 없이 헛되이 지낸다고 하지 말아요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지난날


KBS 명작 스캔들

저자
한지원 지음
출판사
페이퍼스토리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지금껏 당신이 알고 있던 명작에 관한 진실은 허구다!” 상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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