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회사는 일보다 일 외적인 것들이 더 힘든 거 같다. 그 시간 내내 들고 다녔으나 결국 못 읽고 이제서야.
"프란츠 카프카, 비유에 대하여"
1.
카프카의 유고 단편을 모아둔 책이다. 역자는 책의 말미에 서문 격으로 '비유에 대하여'를 배치한 이유를 들며 아래와 같이 적었다.
“ '비유를 따라간다면 스스로 비유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이 현실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저편 세계로 그 의미를 ‘넘긴다’는, 현실에서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고백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저편’이 아닌 ‘이편’이다. 이는 노자가 ‘도’를 두고 ‘도가도비상도’라 표현한 것과 유사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는 ‘도를 도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끊임없이 변화/생성하는 ‘도’의 성격을 드러낸다. 현실세계의 원리로 포착할 수도, 파악할 수도, 개념화할 수도 없는 ‘도’에 대한 표현이다. 비유 역시 ‘이편’의 언어로 말해질 수 없기에 ‘저편’으로 ‘넘기는’ 것이며, 이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드러낸다. 이는 이 책에 실린 카프카의 단편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된다.”
2.
너무 어려웠다. 역자의 글을 먼저 읽었음에도 90% 이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래의 두 문구만 기억난다.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자네는 자네의 길을 가는 거지. 지금껏 그 두 길이 서로 교차하는 걸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언어는 감각세계 외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암시적으로만 사용될 뿐 결코 거기에 근접하여 비교하며 사용될 수 없다."
3.
모든 작가는 자신이 인식한 세계를 언어로써 표현하고자 한다. 약간 다른 맥락이지만 몇몇 철학자들은 그 언어가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그 자체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기표(signifiant, 시니피앙)와 기의(signifié, 시니피에)라는 개념을 소쉬르가 이야기한 뒤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 뒤를 이었는데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들이 라캉과 비트겐슈타인이다. 표현된 바와 뜻하는 바가 있는 그대로 일치한다면 그것은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오해와 갈등이 이 두 개념의 불일치에서 오기도 하고, 어떠한 경우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그러한 시도가 일부러 행해지기도 한다.
4.
한국 문학에선 대표적으로, 이상이 그렇다. 그의 시 '오감도'가 발표되었을 때,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듯 카프카의 문학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유고 단편집은 더더욱 유사한 느낌을 준다. 공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이 두 작가가 묘하게 비슷하다. (심지어 거의 같은 병으로 죽기까지...) 내가 문학을 전공했다면, 아무런 고민과 주저없이 이 두 작가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을 것이다.
5.
언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들을 동경한다. 까뮈는 카프카를 두고 아래와 같은 글을 적었다. (사실, 카프카를 이상으로 바꾸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카프카 예술의 요체는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더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 작품의 결말 또는 결말의 결여는 여러 가지 설명 방법들을 암시해 주지만 이 설명들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이 설득력 있게 되려면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한번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이중의 해석이 가능하며 그러기에 두 번 읽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것은 곧 작가가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을 세부까지 다 해석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상징은 항상 일반적인 것 가운데 있으며 상징에 대한 해석이 아무리 정확한 것이라 할지라도 예술가는 그 속에 전체적인 움직임을 재현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사실 상징적 작품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상징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초월하며 사실상 그가 의식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 이상을 말하게 한다.” (“시지프 신화” 중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속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 - 알베르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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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의 책...은 무리일 것 같고 3일에 하나, 일주일에 2-3권 정도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잡스러운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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