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업계 책 서평.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1.
한국 IT업계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작가의 책인데, 사실 이 쪽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좀 어려운 내용이 좀 있다. (정확히는 개발자나 짬 좀 있는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면, 어쩌면 내가 무식해서-_-?;) 그런면에서 책 제목의 '우리'는 IT를 체험하고 있는 보편적 다수를 의미한다기보다 IT를 다루는 이들에 가깝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역사 또는 트렌드에 초점을 두지 않고, 현 시점에서 IT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그 과정과 원인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데 이는 그가 이 쪽에 깊숙히 몸 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따뜻하게 바라보려하는 대상은 최소한 나의 회사가 나에게 만들 것을 요구하여 내가 만든걸 내가 유지보수하는 개발자들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필요해서 내가 만들게 되었으나 내가 관리하지 않는 일을 맡게 되는 하도급 저 아래의 개발자들이다. (그의 시각과 다소 다른 입장이지만, 사실 포털의 개발자도 만들고 싶은 것을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가 많다고 본다.)
3.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의 폐해를 다룬 부분은 사실 이제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는 부분인데 (최소한 은행 웹사이트에 들어갈 때 아놔 머가 이리 깔게 많고 불편해, 라고 대다수가 느끼는 것처럼) 요걸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액티브X는 윈도우기반 pc에서 우리가 인터넷을 할 때 많이들 사용하는 익스플로러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위해 밑단에 구멍을 뚫어 무언가 덧붙여 설치하기 위함인데 제어판에 들어가 프로그램 추가/삭제를 들어가보면 온갖 액티브x가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보안 모듈이라는 이름들로) 이러한 방식은 바로 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원도우 8의 터치방식화면에서는 이제 지원도 안 된다. 공인인증서는 이 방식에 기원을 두고 있다. 안철수가 이것의 의무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었고.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쩌면 대부분의 유권자들도- 생각도 못했을 가장 신선한 내용이었지 않나 싶다.)
4.
생활로서의 IT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이지만, 일로서의 IT는 사실 아직 어색하고 어렵다. 그래도 이래저래 꾸역꾸역 배우고 있는데, 쓰기 좋아하는 내가 개발 얘기를 잘 못 쓰는 건 사실 이 글을 보는 이들 중 개발자 친구들이 10명 이상은 되기 때문이다. 주변에 전문가가 많으면 강제적으로 겸손해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정도 있었더니 뭘 배워야되겠다는 분별력은 좀 생긴 것 같아서 다음 학기부터는 훅 건너뛰고 3학년 1학기로 새로 편입. 수강신청 했는데 자바프로그래밍과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듣기로 했다.
물론.. 괜한 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은 여전히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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