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시험도 모두 끝난) 일요일이니까.
"김경동, 김기현, 최재천 외. 인문학 콘서트 1"
1.
한국정책방송에서 제작한 TV대담을 대화형식 그대로 글로 엮은 책인데, 제목과는 달리 소위 인문학(이를테면 철학) 말고 생물학, 교육학, 종교학, 사회-윤리학, 인지과학, 심리학, 뇌과학, 생태학, (좁은 수준에서의) 정치학도 다루고 있다. 주요 전문학자와 특정 주제를 두고 대담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화체다보니 읽기는 쉬운데 많은 것을 다루는 만큼 많은 것을 배우거나 얻기엔 좀 부족한 느낌이다.
2.
한때 심리학이 그랬던 것처럼, 요샌 '인문학이 진짜 위기가 맞아?' 싶을 정도로 온갖 책이 나오고 강의들이 쏟아진다. 개인적으로 인문학이 진짜 위기라고 보는 건, 오히려 여기에 있다. (특정 직업을 제외하면) 인문학은 밥벌이의 도구가 아니라 밥벌이를 선택하고 대하는 태도에 대한 학문이다.
3.
그러나, 지금의 인문학은 '왜 쓸모가 있는지'를 설명(변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인문학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그렇게 잡은 것이라면 '쓸모싸움'에서 응용학문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기에 심각한 패착인 셈이고, 온갖 것을 파는 세상이다 보니 새로운 상품으로서 인문학이 그렇게 정의되고 있는 것이라면 몇몇 학문들이 그랬듯 시장에서 곧 진부해져서 얼마안가 버림받고 말 것 같다. 인문학은 쓸모가 전제가 되는 학문이 아니다. 학문이 왜 꼭 쓸모가 있어야 하냐고 물을 수 있어야 인문학이다. 세상이 그런 질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왜 허락이 되지 않는지를 물어야 인문학이다.
4.
책에 인용된 문구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이 있었다.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방법들을 한데 묶는 것뿐이지만, 그것들 사이에 인식론적 연계를 만드는 데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와 같은 통합이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였다."(에드워드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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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 후 쯤엔, 물리학과 생물학을 배우고 싶다. 물론, 역시나 쓸모있는 짓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