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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18/01/01] 딥러닝 첫걸음 "딥러닝 첫걸음, 김성필" 2018년의 첫 책. 0. IT의 세계는 물론, 굉장히 많은 곳에서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기계학습, 신경망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보다 조금 전 트렌디한 단어가 빅데이터였다면, 2016년~2017년에 와서 (극적으로는 이세돌의 알파고 대국 이후) 그 자리가 교체된 듯 싶다. 사실 트렌디한 단어들은 어떤 면에서 다소 역설적인데, 완전히 새로운 것이 등장하기보다 이전부터 있던 것에 시장에서의 새롭게 이름붙이기를 통해 주목을 받기도 한다는 점(심지어 기존부터 있던 이름이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갑자기 왜 주목받는지 가끔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실제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 끝으로 아주 많은 경우엔 그게 내 삶.. 더보기
[2017/11/12] 로지코믹스 "로지코믹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0. 철학은 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학문이다. 질문의 대상은 그 전까지 정리된 이론과 답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 수와 같은 무형의 것도 그 대상이 되며, 존재나 인식과 같은 추상된 층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한 시대에서 던져진 질문 그 자체도, 다시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1.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쌓아올려가는 (혹은 무너뜨리는) 체계, 그리고 이론들 역시 모두 질문에서 시작된다. '역시 그렇다.'에 그치지 않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라고 물어왔던 수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있다. 튜링과 폰 노이만, 괴델 이전에 비트겐슈타인과 러셀이 있었고, 그 이전에 프레게와 칸토어가 있었으며, 더 거슬.. 더보기
[2017/09/19] 너무 시끄러운 고독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0. 지난 주말 양재천 벤치에 앉아 읽었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1. 지금 이전과는 어떤 순간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쓴다. 고작 10일 전만 해도 숨이 턱을 지나 머리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는데, 이번 주엔 또 뭘 더 해볼까 싶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 도무지 정상이 아닌 건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과도하게 달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꾸 늦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정작 난 서른 넷의 시간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도 거의 쉬지않고 달리고 있는 건데. 2. 원영이 형이 전에 글에서 그렇게 썼다. 막다른 길에 다.. 더보기
[2017/08/13]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수학 잘하고 싶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 오구리 히로시" 0. “수학은 시와 같다고 하지만 그 대부분은 아직 읊어지지 않았다. - Henry David Thoreau” 1. 내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실 이보다 좀더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것에 가까운) 학문, 수학.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수의 개념과 사칙연산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익히게 되고 성장해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나중에 시험치기 위해 배워야 할 '더 어려운 수학' 때문이 아니라 삶과 그것이 유리되지 않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분과 적분을 모른다고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숫자를 읽을 수 없고 사칙연산을 할 수 없다면 사실 좀 난감해진다. 2. (존재론이었는지 의미.. 더보기
[2017/07/23] 스프린트 올해는 상반기에도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휴가길에 가져간 3권의 책 중 1권을 다 읽고 1권을 절반 정도 읽었는데, 막상 5개월 만에 읽은 책이... 좀 슬프다. ----- "스프린트,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브레이든 코위츠" 0. 서문에 실린 한 문단. "다행히 당신은 어떤 당찬 비전이 있어서 지금의 일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메시지건 서비스건 경험이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건 혹은 이 책에서처럼 하나의 이야기나 아이디어건, 그 비전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 하지만 비전을 실현하기란 어렵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이메일, 지키지 못한 마감 기한, 하루를 몽땅 다 잡아먹는 회의, 미심쩍은 가정에 따라 계획된 장기 프로젝트들에 휘말려 꼼짝달싹 못 하게 되리란 너무 쉽다." 1. 이런 류의 '실.. 더보기
[2017/02/22] 무코다 이발소 비가 하루종일 내리더니, 다시 추워졌다.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0. 짧은 문장. 일기같은 문체. 그리고 어딘가 실제로 있을 법하다고 느끼게 하는 공간 묘사와 인물들. 1.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한국의 시골 어딘가를 두고 한국 작가가 썼다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만한 내용이었다. 시점은 3인칭이지만, 주인공이 몇몇 소재를 두고 직접 써내려간 일기를 몇 편 읽은 느낌을 받았다. 2.누군가에겐 태어난 곳이 고향이고, 어떤 이에겐 자라난 곳이 고향이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태어나 자라난 곳.') 시골이 고향인 사람도 있고, 도시가 고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고향이라고 표현하면 아무래도 시골이 더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왜일까. 내가 지방에서.. 더보기
[2017/02/13] 질문하는 책들 출근 7시간 전. "이동진, 김중혁 - 질문하는 책들" 0. 어떠한 대상을 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오랜 시간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나눈 질문들과 대답들에 대해 다시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다는 것. 아는 것까지 많은 이 부러운 두 사람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책이었다. 1. 이들과 같이, 책을 두고 혹은 어떤 이론이나 현상을 놓고, 말로 때로는 글로 어떤 날엔 술자리에서 오랜 시간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우리도 지금보다 더 어릴 땐 이 나이쯤되면 저런 책을 내놓을만큼 더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도 했었다. 상상 속에 있던 시간은 나이를 먹는만큼 계속 유예되고, 저마다 지금 속한 공간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너는.. 더보기
[2017/01/21] 행복한 프로그래밍 “임백준, 행복한 프로그래밍” 행복한 프로그래밍.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 제목. 0.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저자가 그대로 요약해놓은 부분을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책 제목에 ‘프로그래밍’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대개 기술적이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행복한 프로그래밍’이라는 제목에서 내가 중점을 둔 부분은 ‘프로그래밍’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특정한 기술이나 전공 지식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속에 담긴 미학을 전달하려는 ‘소프트’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미학’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느끼기 마련인 프로그래밍이라는 행위 안에 담겨 있는 ‘행복’이나 ‘매력’을 .. 더보기
[2017/01/17] 차남들의 세계사 올해도 벌써 3주차. "이기호, 차남들의 세계사” 1.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같이 역사적 사실을 겪어낸 개인의 삶을 다루는 소설의 시도들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거나 배운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마치 실제 보고 겪고 있는 이야기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한다. 우리가 학교나 역사책에서 배우는 역사는 객관화의 틀을 한 번 씌운 텍스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소설들 덕분에 그 텍스트들이 타자화되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 이기호의 이 소설 ‘차남들의 세계사’ 역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한강보다는 좀더 가벼운 문체로, 그러나 사실로 존재했던 그 과거의 잔혹함들을 하나하나 기록해가면서. 2. 한국의 근현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한국이란 공간에서 .. 더보기
[2017/01/01] 편의점 인간 2017년의 첫 서평겸, 새해 맞이 글.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0. 어제 자정을 1시간 정도 앞두고 2016년을 어떠했다고 적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적지 못했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으며, 힘든 일들이 있었고, 그 힘든 일들을 전후하여 기쁜 일도 있었고, 머리가 복잡했던 시간도, 재미있던 시간들도 그렇게 이리저리 섞여있었는데 주어와 목적어를 제외하고 보니 (어쩌면 주어와 목적어조차도) 결국 이건 2016년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또 몇 달, 몇 해 지나고 나면 그 지난 시간 동안 겪은 많은 경험들과 기억들은 새롭게 찾아온, 그 새로운 달과 새로운 해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보니 1월 1일이 되었다. 1. 새롭게 계획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