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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16/08/15] 라플라스의 마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으나, 하루에 다 읽을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0. 처음으로 공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은 다분히 드라마 '카이스트'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문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그려진 대학생활에 대한 동경이었겠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말하고, 해석할 수 없는 그림을 칠판에 그리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어보였는지 모른다. IT회사에 입사한 것이 그 때문은 아니었지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들을 보고 느낀 동경은 그 때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1. 프랑스 출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고 천문학자였던 라플라스는,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 더보기
[2016/08/14] 종의 기원 비가 좀 계속 내렸으면. “정유정, 종의 기원" 0. 많은 전공 중에 심리학과를 택했던 것, 그리고 복수전공으로 인류학과와, 철학과를 선택했던 것 모두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좀 흐릿해진 것 같긴 하지만... 당시의 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자체가 궁금했었던 것 같다. (심리학은 좀 다르지만) 전문적인 생물학의 영역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람을 다루는 모든 학문을 배워보고 싶다는 허세가 좀 있을 때였다. 그리고 사실은, 불특정 다수를 가르키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구체적인 누군가는 아무도 가르킬 수 없는) ‘사람’이라 적고 '나, 너, 우리'와 같은 단어로 읽던 시절이었다. 1. ‘선’과 ‘악’을 구별하고자 했던 시도들과, 그 기원들에 대한 연구는 아마도 ‘문자’가 등장했던 .. 더보기
[2016/07/24] 비유에 대하여 원래 회사는 일보다 일 외적인 것들이 더 힘든 거 같다. 그 시간 내내 들고 다녔으나 결국 못 읽고 이제서야. "프란츠 카프카, 비유에 대하여" 1. 카프카의 유고 단편을 모아둔 책이다. 역자는 책의 말미에 서문 격으로 '비유에 대하여'를 배치한 이유를 들며 아래와 같이 적었다. “ '비유를 따라간다면 스스로 비유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이 현실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저편 세계로 그 의미를 ‘넘긴다’는, 현실에서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고백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저편’이 아닌 ‘이편’이다. 이는 노자가 ‘도’를 두고 ‘도가도비상도’라 표현한 것과 유사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는 ‘도를 도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더보기
[2016/07/10]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후반부) (적고 보니 난잡해졌지만, 원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후반부 서평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후반부)"0. 어제와 오늘은 더없이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해야만 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을 굳이 찾지 않고 보냈다. 그런 시간이 사실 자주 주어지진 않는다.1. 작년 여름-가을무렵부터 다시 스트레스가 심했다. 여러가지 돌파구를 생각해봤고 그 중 몇몇은 실천도 해봤는데 의미가 있었던 것도 재미가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회적인 것들이었다. 소속을 옮기고나서 지난주까지는 약간 오버헤드다 싶을 정도로 달려보기도 했다. 재작년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어찌보면 개인으로서는 최악이고 문자로 쓰고보니 또 재수없지만) 약간 그런 상태일 때 물리적.. 더보기
[2016/07/01]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전반부) '도저히'까지는 아니지만 오래 붙잡고 있는 것만큼 짬이 나지 않아 쓰는 반쪽짜리 서평."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전반부)"1.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은 것은 17살 때였다. 한국의 독자들이 그를 접하게 된 소설은 세대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세대,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상실의 시대' 세대, '해변의 카프카' 세대, '1Q84'세대, '(상실의 시대가 아닌) 노르웨이의 숲' 세대.2. 나는 상실의 시대 세대였다. 그 당시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 중 (이것이 여전히 기억하는 정확한 느낌인데) 두번째로 가장 야-한 책으로써 접했다.3. (첫번째는 '소설 김삿갓'이었다.)4. 독자들이 그의 글을 읽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몇 안 되는.. 더보기
[2016/06/07] 구글 웹로그 분석 "미가나와 아키히로, 구글 웹로그 분석" 1. 소속을 옮기고 나서 웹/앱 내의 여러 이벤트 트래킹에 대한 공부를 해야 했기도 했고, 웹 프로젝트를 실제 구현하고 나니 분석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생겨서 읽게 된 책이다. Google Analytics 혹은 Universal Analytics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웹 로그 분석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도구인 점을 보면 사실 좀 늦었다. 2. 예전에 한 번 Google Analytics 에 접속해 둘러본 적은 있었으나 실제 사용해볼 엄두를 내진 못했는데, 이 책을 바탕으로 이번에 생성해둔 블로그 페이지에도 분석 도구(추적 스크립트)를 삽입해 배포해두었고 기존에 사용하던 (HTML 템플릿 편집을 지원하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이 기능을 추가해보았다. 아직 웹을.. 더보기
[2016/06/06] 채식주의자 XX주의.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 "한강, 채식주의자" 1. 민주주의나 여성주의라는 말이 처음부터 존재했거나 그저 얻어진 단어가 아니듯, 무슨 '주의'라고 부르는 것들은 특정한 방향성을 지녔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 완결되거나 선언될 수 없고, 그것들이 지향하는 바에 위협적인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경계해야만 경험적으로나마 획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2. 그래서 어렵고, 힘들다. 3. 채식주의, 라는 말 역시 본질적으로 (그것 역시 특정한 주의의 하나이기 때문에) 정치적이지만, 언제부터인지 탈정치적인 단어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너무 진부해서 잘 쓰지 않는... 십여년 전 웰빙이라는 프레임과 만났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은데.. 더보기
[2016/05/31] 청춘의 문장들 청춘. 나보다 어린 사람은 다 그래보이는 것. 문장. 내가 쓰지 못한 것은 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1. 김창완 아저씨는 청춘을 두고, 피고 지는 꽃처럼 언젠가 '가겠지.' 라고 말했다. 청춘을 과거형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멋진가. 그래서 적어도 그는, 자신이 청춘의 순간에 있다고 느낄 줄 알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봄날이든 청춘이든 그것은 '간다.' 뭉뚱그려 청춘이라 불러도, 많은 이들에게 청춘은 특정 시점의 특정한 모습이다. 그것을 김연수는 이렇게 적었다. "10여 년 전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단 하루가 지난 일이라도 지나간 일은 이제 우리의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시.. 더보기
[2016/05/13] 헬로 데이터 과학 사내에 적은 책 추천글. (몇 가지는 삭제하고 재정리)"김진영, 헬로 데이터 과학"---------- "추천하는 이유 4줄 요약" 1) 기획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엑셀로도 기초적인 데이터 정리,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중간중간 엑셀과 함께 R을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음) 2) 글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Github에서 저자가 올려둔 실제 파일을 내려받아 실습을 따라가며 해 볼 수 있음 3)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기본적인 기법들, 통계적인 개념들도 함께 소개해주고 있어서 더 여려운 책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 줄 수 있음 4) 데이터의 수집 방법과 데이터 분석 디자인, 데이터의 시각화 방법에 대해서도 (초보자들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설.. 더보기
[2016/05/03] 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 소설가의 일" 0.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리기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멋진가. 하물며 그것이 삶 그 자체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1.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나도 쓰고 싶다' 와 '나는 왜 이렇게 못쓰지' 라는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김연수가 그렇다. 2. 90년대 이후 작가 중에선 아마도 그가, 언젠가 최소 10권의 대하소설을 쓸 수 있을 거의 '유일한'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동시대의 작가들에 비해 깊고 무거운 문체를 사용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3. 이 산문집에서의 그는, 날아다닌다. 4. 초고는 토가 나올만큼 마주하기 힘들다고 했다. 초고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일단 쓰면 초고다. 그것을 고쳐쓰고 다시 고쳐쓰는 .. 더보기